‘결혼 해도, 안 해도 그만’ 30%통계청이 21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09년’은 힘들고 외롭게 살고 있는 우리사회의 뒤안길을 많이 담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이혼율도 높아지면서 1인 가구가 급증해 전체 가구의 20%를 넘어섰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분거가족 비율도 16.5%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3명가량은 결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 외로운 국민들 = 2008년 우리 국민들의 초혼연령은 남자 31.4세, 여자 28.3세로 10년 전보다 각각 2.6세와 2.3세 높아졌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도 8건에서 6.6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배우자가 있는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는 1990년 2.4건에서 2008년 4.8건으로 2배가 됐다. 전체 가족 중 가족과 떨어져 사는 분거가족 비율은 2008년 16.5%였다. 분거이유는 국내의 경우 직장(58.6%)이, 해외 분거는 학업(71.2%)이 가장 많았다. 해외 분거 중에는 소득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이 36.0%를 차지했다. 배우자나 미혼자녀가 해외에 사는 경우는 전체 분거가족의 11.4%에 달했다. 2005년의 조손가구(조부모와 손자로 구성된 가구)는 10년 전보다 65.1% 늘었다. 부모의 사망(20.2%)보다는 재혼·이혼(45.0%)이 더 큰 이유로 작용했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은 98년 73.9%에서 지난해 68.0%로 감소했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반응은 같은 기간 24.0%에서 27.7%로 증가했다.
2001~2007년 노인인구는 1.4배 증가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급여비는 3배나 늘었다.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성질환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노인구성비는 2010년 11.0%, 2030년 24.3%, 2050년 38.2%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돼 노인의료비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여유없는 국민들 = 주 5일제 확산으로 여가활동 시간이 늘어났지만 여가활동에 만족한다는 사람들은 2000년 31.6%에서 2007년 21.6%로 낮아지고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이 68.4%에서 78.4%로 높아졌다. 경제적 부담(58.5%), 시간부족(24.6%), 건강·체력부족(6.5%)이 주된 이유다.
여가활동 지출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여가·문화활동 지출비는 우리나라가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아이슬란드(9.9%), 영국(8.6%)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우리보다 지출비용이 낮은 국가는 아일랜드(3.6%) 정도였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타인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은 28.2%로 조사에 참여한 OECD 회원국 19개국 중 하위권인 14위에 머물렀다. 같은 질문에 대해 스웨덴 국민은 68.0%, 핀란드는 58.9%의 응답률을 보였고, 프랑스가 우리보다 낮은 18.8%였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