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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말씀을 의지하여 삽니다
코리안위클리  2024/03/07, 19:39:10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

작년 11월 말 평소처럼 일어나 씻기 위해 욕실의 문을 열 때 평소보다 많은 힘을 주고 열어야만 했다. 원인은 욕실 바닥이 약간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이 현상은 아마도 어딘가 누수(漏水)가 발생함으로 바닥패널에 변형이 생긴 듯 보였다.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한 주 후 배관공이 와서 살펴보니 바닥의 패널들은 그동안 흡수한 물들로 인하여 이미 크게 형태가 변해있었다. 몇 시간에 걸쳐 조사 후 현상과 증상은 발견했으나 물이 어디에서 새는지에 대한 출처와 원인은 결국 찾지 못하였다. 이후 두 번의 걸친 추가 조사를 통하여 원인을 발견하였고 문제를 해결했다. 이제 물을 흡수한 패널들이 마르기만을 기다리면 모든 불편함은 사라질 거로 생각했고 실제로 2주 후 욕실의 문을 평소처럼 여닫을 수 있었다. 큰 공사 없이 계속 욕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점 역시 좋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판단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몇 주 후 집주인의 결정으로 욕실의 모든 시설을 새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욕실의 하층부가 심각하게 썩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관공들은 시설물을 교체하기에 앞서 먼저 하층부에 썩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쓰레기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그들은 심각한 부분뿐만 아니라 영향을 받았을 거라 예상되는 부분들까지 제거하고 말린 후에 다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면의 누수 현상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은 누수(漏水) 현상이 건물 안에서부터 심각하게 파손시킬 수 있듯이, 다른 영역에서도 누수 현상은 있으며 문제의 발견은 대부분 피해가 눈에 드러난 이후일 거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원인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누수 현상’처럼 오래전부터 은밀히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누수로 인하여 썩은 목재들을 드러내는 장면을 보고 내 자신을 돌아봤다. 현재 부정적인 생각을 일으키는 내면의 썩은 감정들을 다 제거하고 싶었다. 어디에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인지 모르겠으나 당시 나는 영적·정서적·신체적·지적으로 방전상태인 것은 분명했다. 간단한 문제라면 비전문가의 지식으로도 원인을 찾고 해결 방법을 낼 수 있으나 나의 상태는 그런 수준의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원인을 찾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을 했으나 이전과는 달리 이런 방식은 효과가 없었다. ‘괜찮아.’ 그동안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던 말도 더 이상 위로와 힘이 되지 못하였다. ‘설마 남성 갱년기가 일찍 찾아온 것인가?’ 쓸데없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무기력함과 점점 사라지는 자신감으로 인해 고통스러웠다.

말씀이 마음과 태도가 되게 하라

시편 55편 읽는 중 다윗이 현재 그를 힘들게 하는 문제를 대하는 반응이 근심 > 두려움과 공포 > 도피 > 분노의 순으로 변하는 발견하였다. 나의 문제가 다윗과는 똑같지 않음에도 ‘현실의 고통’을 대하는 내면의 반응은 그와 같았다. 그렇지만 그와 나의 다른 점이 있었다. 다윗은 이런 여러 감정의 변화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솔직하게 주님께 나아가 부르짖으며 기도하였다. 적어도 자신의 기분이 자신의 태도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하였다. 상한 감정을 내려놓고 하나님과의 만남에 정성을 다하였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시 55:22)” “그는 우리 영혼을 살려 두시고 우리의 실족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는 주시로다(66:9)” “여호와여 주의 도를 내게 가르치소서 내가 주의 진리에 행하오리니 일심으로 주의 이름을 경외하게 하소서(시 86:11)”
분명 다윗은 자신이 만난 문제로 인해 마음의 요동치고 있었다. 감당할 수 없기에 낙심하고 실족하여 삶의 의지를 내려놓고 싶었다.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감도와 강도가 다를 뿐, 그 한계선을 넘으면 근심, 두려움, 도피, 분노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결국 마주 설 힘이 없어 좌절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낸다. 그러나 다윗은 중요한 결정을 마음과 본능이 이끄는 대로 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에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맞췄다. 그리고 말씀의 깨달음을 배우고 따르기로 결심했다. 이것이 혼돈의 순간에 무너진 내면의 질서를 바로잡아 주는 바른 선택이었다.
나는 욕실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를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그들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그리고 내가 알지도 못했던 문제들까지 모두 깨끗이 해결해 주었다. 이 과정에서 난 그들의 말해주는 계획을 들은 후 신뢰하며 기다렸다. 배관공의 말은 경청하며 신뢰하고 기다릴 수 있는데, 나를 지금껏 돕고 위로하시며 실족함을 허락하지 않는 주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기다릴 수 없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문제이지 하나님의 무능력함이 아니다.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도 나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힘을 얻었고, 말씀을 의지하여 다시 일어서려 한다. 나무마다 나이테(연륜)가 있듯이 나의 나이테는 크고 작은 시련들을 말씀으로 이겨내고 넘길 때에 새겨졌다. 지금의 시간도 또 말씀으로 연륜이 아름답게 새겨지리라 기대한다.

백장현 목사
아름다운 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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