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문 병원인 서울 제일병원 모아센터에서 지난 1월 한달동안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등록한 임신부 수는 747명. 작년 1월의 934명에 비해 187명(20%) 줄었다. 이 병원을 찾은 최소영(여·28)씨는 “둘째를 가졌지만 경기가 안 좋은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친구들이 ‘대단하다. 경제가 이런데 겁도 없이 둘째를 갖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기에는 고용 불안으로 젊은 층이 결혼을 연기하고, 혼인한 부부는 출산을 연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는 출생아 수)은 이미 1.20명 정도로 홍콩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낮다. 여기에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내년 출산율이 1.0명 이하로 떨어지는 ‘1.0 쇼크’가 올 가능성을 정부·학계는 우려하고 있다. 부부가 평생 자녀를 1명도 낳지 않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출산율 선행지표들 일제히 하락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월간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달간 혼인 신고 건수는 2만7000건으로 2007년 11월(3만3600건)보다 6600건(19.6%) 줄었다. 지난해 10월 혼인 신고 건수도 1년 전보다 6.5% 감소했다.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경우 올 1월 한달간 신혼여행 상품 이용객 수가 2100명에 그쳐 작년 1월(4600명)에 비해 54%나 격감했다. 산부인과를 찾는 임신부 수도 확 줄었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여성 전문 ‘봄빛병원’의 업무과 이정민 대리는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초진 검사를 받는 여성 수가 하루 평균 30명쯤 되던 것이 작년 12월부터는 1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 닫는 산부인과 의원도 속출, 작년 10월 현재 전국 산부인과 병·의원은 1679곳으로 1년 전보다 87곳이 줄었다. 복지부가 모든 임신부에게 출산 전 진료비 20만원을 지원하기 위해 발급하는 ‘고운맘 카드’도 발급 건수가 지난해 12월의 하루 평균 8580건에서 올 1월엔 2724건, 2월 들어서는 2031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내년 ‘1.0 쇼크’ 가능성 정부 당국자들과 학자들은 올해 출산율의 경우 1.0명을 간신히 넘길지 모르지만 내년 출산율은 1.0명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에 머물 경우 2010년 출산율이 1.08명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성장률이 더 떨어진다면 1.0명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1년부터 출산율이 1.30명 이하인 ‘초저출산국’에 진입했다. 이후에도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해 2005년엔 1.08명까지 내려갔다. 2006년은 ‘쌍춘년’, 2007년은 ‘황금돼지해’ 효과로 각각 1.13, 1.26명까지 반등했지만 지난해 다시 1.20명 수준으로 추락했다. 현재 수준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이 2.1명인데, 그 절반에도 못 미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수석연구원은 “지금 같은 저출산 추세가 이어질 경우 노동력 감소와 경제성장률 하락 등 국가적 재앙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체감하지 못해서 그렇지 무서운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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