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정서적 학대 38%, 방임 21.8%
신체적 학대 28.2%, 경제적 학대 9.5% A(여·82)씨는 2009년 2월 아들 내외와 살던 집에서 나와 친구 집으로 향했다. 알코올중독인 아들과 며느리의 학대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옷 장사를 하던 아들 내외는 경기침체로 사업이 어려워지자 2006년 A씨가 살던 임대아파트에 들어와 살았다. 아들 내외는 카드 빚으로 생활하며 술만 마셨고, 이를 나무라는 A씨에게 아들은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신체적 학대를 했다. 며느리는 목을 매거나 흉기로 자살하겠다고 남편을 협박하며 “어머니를 내쫓으라”고 성화였다. 3년이나 신체적, 언어·정서적 학대를 참으며 지낸 A씨는 결국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들이 소리없이 울고 있다.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맞아 서울특별시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노인학대 상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5월 이 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상담건수는 총 1325건으로 2008년 같은 기간(1027건)에 비해 29.0%, 2007년 동기(686건)에 비해 93.1% 늘었다. 불과 2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학대피해 신고를 한 노인수는 2007년 238명, 2008년에는 285명이었다. 2008년 피해노인 중 70대가 40.7%(116명)로 가장 많았고, 80대는 28.7%(82명), 90대는 10.2%(29명)로 나타났다. 피해 노인의 70%는 여성이었다.
비난, 모욕, 위협, 협박 등 언어 및 비언어적 행위를 통해 고통을 주는 언어·정서적 학대가 38% (252건)로 가장 많았고, 폭행을 하거나 흉기를 사용해 신체에 손상을 입히고 감금을 하는 신체적 학대가 28.2%(187건)로 나타났다. 의식주나 병원 치료 등을 제공하지 않는 방임 21.8%(145건), 경제적 학대가 9.5%(63)로 그 뒤를 이었다.
학대행위자의 10명 중 9명은 친족이었다. 아들(58.5%), 딸(15.7%), 며느리(11.8%)가 주로 학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배우자나 손자녀 등이 학대행위를 한 사례도 있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