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하늘길’이 닫히면서 항공업계가 13억파운드(약 2조2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섬나라 영국은 15만명의 발이 묶이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하지만 정작 닷새 가까이 계속된 운항금지 기간 영국 상공에서 공포의 화산구름을 목격할 수는 없었다. 대기 중 화산재가 가장 많았을 때 농도가 항공안전 기준치의 5%에 불과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대기 혼탁 지수를 측정하는 위성사진만 봐도 이 기간 영국의 하늘은 깨끗했다. 그런데 왜 항공 운항이 전면 금지됐을까? 영국 데일리메일은 25일 그 속사정을 들춰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첫째, 대기 중 화산재 농도를 측정하는 영국 기상청 비행기가 뜨지 못했다. 화산재 구름 탓이 아니라 페인트를 다시 칠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영국 기상청 컴퓨터가 러시아부터 캐나다 뉴펀들랜드까지 광활한 지역이 화산재로 뒤덮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 컴퓨터는 지난해에도 ‘찜통 여름, 포근한 겨울’을 예견한 전력이 있다. 영국 항공업계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만 하다. 한 항공사의 간부는 “우리는 왜 운항금지 조치가 내려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불필요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이번에는 비정상적으로 조심스러웠다”면서 “운항 금지가 계속되자 (항공) 정책이 현실과 상관없이 이론 모형에 바탕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영국 민간항공국의 항공기 안전담당관인 짐 맥케너도 “이번 대란은 명확한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시작된 것이 분명하다”며 “(운항이 금지된) 일정 기간 대기 중 화산재 농도가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맥케너는 그러나 당국으로서는 당시 공항 폐쇄 외에 달리 대응할 수 없었다면서 이런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일리메일은 이어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후 각국의 대응을 살펴본 뒤 이번에 항공업계가 받은 타격은 화산재 때문이 아니라 방만하고 계획성 없는 관료주의 탓이라고 비판했다. 자연재해는 있었지만 결국 사람이 자초한 재앙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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