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민당, ‘학비인상안’ 내우외환 [영국대표 한인신문]

지지층 학생 등 돌리고 당내 반발도

영국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자유민주당이 총선 공약을 뒤집고 대학 학비 인상을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심한 반발은 물론 내홍까지 겪고 있다.
연립정부는 정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재정을 추진하면서 대학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줄이면서 대학이 학생에게 거둘 수 있는 학비를 현재 1인당 3천290파운드에서 최고 9천 파운드(한화 약 1천620만원)로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영국의 대학생들은 대학 학비를 대출금을 받아 충당하기 때문에 졸업할 때가 되면 학비와 생활비 등의 융자금이 불어나 엄청난 빚더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학비 인상안이 발표된 뒤 전국의 대학생들은 3차례에 걸쳐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특히 자민당이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
자민당은 5월 총선에서 대학 학비를 인상하지 않고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공약해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뒤 제1당인 보수당이 주도하는 연정에 참여했다.
그러나 연정 참여 5개월 만에 학비를 인상하는 정책을 내놓자 핵심 지지 세력인 학생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최근 시위에서는 자민당수이자 부총리인 닉 클레그의 대형 얼굴 사진을 불태우고 수천여 명의 시위대가 자민당사로 가두 행진을 벌였으며 대학생 조직이 향후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하는 등 강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압박이 심해지자 오는 16일 법안 표결을 앞두고 22명의 의원 가운데 일부가 반대 또는 기권을 요구하는 등 당내 반발도 표면화되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 학비 인상에 반대하는 의원은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 연정에 참여 중인 각료 1명도 사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의 반발에 직면한 클레그 당수는 5일 일간지 인디펜더트와의 인터뷰에서 “연정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국가에 엄청난 불행이 됐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소속 의원들의 결속을 호소했다.
클레그 당수는 앞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게 된 정치가 혐오스럽다”면서 “자민당이 선거에서 명백한 승리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연립정부에 참여했고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자민당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연정의 순항 여부가 달려 있다고 풀이했다.

연합뉴스=본지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