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을 맞은 영국 연립정부가 소수파인 자유민주당의 최근 지지도 하락과 선거 참패 등으로 인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해 5월 총선에서 보수당은 제1당에 올랐지만 과반을 장악하지 못해 제3당인 자민당을 끌어들여 불안한 동거를 시작했다. 보수당과 노동당이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는 양당 체제가 뿌리깊은 영국에서 연정 출범은 65년만에 처음이었다. 영국은 선거때 마다 노동당과 보수당 가운데 어느 한 당이 과반을 장악해 단독으로 정권을 출범시켜왔다. 하지만 연정 출범 1년만에 자민당의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연정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자민당은 1년전 총선 사상 처음 실시된 TV 토론에서 닉 클레그 당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23.3%를 득표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1년만인 지난 5일 치러진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기존 지방의원의 절반 이상을 노동당 등에 빼앗기는 사상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자민당의 요구로 동시에 실시된 선호투표제(Alternative Vote)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도 반대 68%, 찬성 32%로 부결됐다. 자민당은 단순 다수 득표자 1명을 뽑는 현행 선거 제도를 선호투표제로 바꾸는 방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키로 합의한 뒤 연정에 참여했으나 현지 언론의 표현대로 유권자들로부터 보기좋게 발길질을 당한 셈이 됐다. 선호투표제는 유권자가 후보들의 선호 순위를 매겨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최하위 득표자의 2순위 표를 상위 득표자에게 가산하는 과정을 되풀이해 당선자를 정한다. 지난해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23.3%라는 높은 득표를 기록하고도 650석 가운데 57석을 얻는데 그친 자민당 입장에서는 선거제도 개편이 노동당-보수당으로 편향돼 있는 지역구 구도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연정에 참여하는 전제 조건이었던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국민투표는 부결됐고 선거에서도 참패하면서 연정 탈퇴와 닉 클레그 당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민당의 지지도 하락은 연립정부가 긴축재정으로 인해 대학 학비 인상, 복지 축소, 이민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을 펴면서 자민당의 지지기반인 학생,빈민층, 이주민 등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닉 클레그 자민당수 겸 연정 부총리는 11일 연정 1년을 맞아 연설을 통해 “자민당의 보수당과의 연정은 공고하게 지속될 것”이라면서 연정 탈퇴 가능성을 일축한뒤 “자민당은 연정내에서 보다 강력히 목소리를 낼 것이며 자민당의 영향력은 앞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지만 연정에 계속 참여하면서 자민당의 정책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투쟁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야당인 노동당은 “자민당이 권력의 단맛에 빠져들면서 원칙을 내버리고 우파 정부를 지탱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학생, 이민자 등 자민당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공세를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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