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로에 많은 항공기 몰려 … 인천→유럽행 피해 속출
지난달 21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런던으로 가려던 우리 국적기 승객들은 당초 오후 1시30분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항공기 안에서 1시간30분 이상 대기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유럽이나 중국으로 가는 항공기의 출발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피해를 보는 출장·여행객이 늘고 있다.
중국 하늘길의 지연 운항이 빈번한 것은 교통 정체 때문이다. 현재 한·중 간 항로는 포화 상태로 고질적인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베이징 등 중국 북부 도시나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597항로’라는 중국~한국~일본 하늘길을 잇는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 항로에 항공기가 너무 많이 몰리면서 항공기가 예정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을 출발해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의 1087편이 예정보다 15분 이상 늦게 출발했다. 이 가운데 약 90%인 971편은 중국 항로가 막히면서 지연됐다. 올해 8월까지도 유럽으로 출발하는 항공기 역시 618편이 지연 출발했는데 91%가 넘는 563편이 중국 항로 정체 때문이었다. 베이징 등 중국 북부로 가는 비행편도 지난해 223편, 올 들어 8월까지 239편이 같은 이유로 출발이 늦어졌다.
특히 항공기 지연은 주말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어 승객들의 불편이 더 크다. 올해 중국항로가 막히면서 출발 지연된 유럽행 대한항공 여객기 563편 가운데 107편은 일요일에, 90건은 토요일에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책은 없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중국 정부가 고도를 쪼개서 항공기를 운행시키고 있지만 항공기가 워낙 많아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에 항로를 복선화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군사적인 문제 등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항공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승객들이 항공사의 실수나 기체 결함 때문으로 잘못 알고 항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항로 정체 때문이라고 설명하긴 하지만 승객들의 이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