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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기능성을 강조한 나머지 짧고 납작한 요리사의 모자도 많이 나오지만 전통적인 요리사의 모자는 마치 자르지 않은 빵 덩어리처럼 길고 볼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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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처럼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특이한 모양새 … 비잔티움 시대 수도사 복장서 유래
사람들이 자신을 나타내는 방법은 무한히 많다. 아무리 잘생긴 선남선녀라 하더라도 수많은 대중이나 무리들 가운데서 자신을 돋보이고자 노력을 많이 한다. 특이한 옷을 입는다든지, 남들과는 다른 선글라스를 착용 한다든지, 아니면 다양한 칼라로 머리를 염색한다든지 혹은 독특한 모자를 착용하기도 한다. 패션 혹은 의복 문화란 것이 상당히 보편화 된 현대에 있어서 이러한 경향은 훨씬 더 두드러진 일상의 모습들이 되어가고 있다.
자신을 남들과 차별화시키고자 특이한 의상이나 장신구 같은 것을 몸에 착용하는 것 외에, 자신의 직업이나 신분을 나타내고자 동일한 제복을 입거나 특이한 모자를 착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교복이나 군인들의 제복 등이 좋은 보기이기도 하다.
음식을 만드는 요리의 세계에서도 자신들의 직업에 대해 상당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통일성을 요구하는 의복 문화가 있다. 바로 요리사들의 유니폼과 모자다. 주로 흰색 계열이 주류를 이루는 요리사의 복장은 아주 깔끔하고 단정하다. 그런데 요리사의 모자는 좀 특이하다. 요즘은 기능성을 강조한 나머지 짧고 납작한 요리사의 모자도 많이 나오지만 전통적인 요리사의 모자는 마치 자르지 않은 빵 덩어리처럼 길고 볼록하다. 게다가 어떤 모자들은 왜 저렇게 불편할 정도로 높게 만들었을까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요리사들이 모자를 착용하게 된 이유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데, 바로 비잔티움 제국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오늘날 요리사들이 착용하는 끝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모자는
비잔틴 시대의 수도사 복장에서 유래됐다.
서로마 제국이 와해된 이후 그리스·로마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온 동로마 제국은 비잔틴 문화 라는 역사의 업적을 후세에 물려주었다. 음식문화에 있어서도 그리스 시대와 로마 시대를 거치면서 전수된 다양한 요리법들이 비잔틴 문화에서 더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진보를 이루었다. 그러나 오스만 투르크가 유럽의 강자로 부상하고 마침내 비잔티움 제국을 영향권 아래로 침탈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그리스 로마와는 달리 훌륭한 요리기술을 가진 요리사들에 대해 그들은 그다지 달갑게 생각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요리나 미식에 대한 평가는 국가나 민족 혹은 사람에 따라서 평가가 달랐기 때문이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많은 요리사들은 수도원으로 대거 피신을 해 몸을 의탁할 수 밖에 없는 위급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수도원으로 피신한 요리사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기 위하여 수도사들이 입고 있는 그 복장들을 그대로 차용하였다. 즉 망토 같은 검은색 수도사의 옷과 더불어, 수도사들이 착용했었던 꼭대기가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검은색 모자도 사용하였다. 오늘날 요리사들이 착용하는 끝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모자는 바로 이 수도사들이 당시 착용하였던 모자에서 유래됐다. 세월이 지나면서 정치상황이나 사회환경이 더 한층 호전이 되었고 요리사들의 신변도 보장이 된 이후, 요리사들은 수도사들과 자신들을 구분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모자도 검은색에서 흰색으로 바뀌게 되었다. 더 한층 깔끔하고 단정하게 보인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오늘날 요리사들의 복장은 실용적인 모양으로 간소화 되었다. 즉 색깔도 흰색이 주류를 있지만 음식의 종류나 국가별 차이에 따라서 요리사의 복장도 또한 다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요리사의 모자는 여전히 끝이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흰색 모자를 많이 착용한다.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영국에서 ‘음식과 문화’를 박사과정으로 수료한 필자는
Food Trend, Eating/Dining out trend 를 분석하여 Business market road map을 제공,
음식관련업 사업자들이 성공적으로 Business strategy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Fashion Food 21. Ltd의 Directing Consultant로 활동하면서
Essen, 주간조선, 마이다스 등의 잡지에 음식 칼럼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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