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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4 ‘아기가 혼자남아 집을 보다가~’ 영국에선 ‘아동 방임’
코리안위클리  2014/04/30, 05:41:58   
▲ 애기가 자기를 염려하는 엄마의 마음이 자기에게 닿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면 엄마가 일을 나가서 없다 하더라도 그 영향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놀이 치료’ 명목의 탁아위탁 보다 가정 지원예산 늘려 부모가 돌볼 수 있게 해야

최근 들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변화 중의 하나는 ‘복지’입니다. 영국에 살고 있는 분들은 이미 알겠지만 현 보수당 정권에서는 과도한 복지 혜택이 오히려 개개인의 삶을 국가에 의존하게 만들고 피폐하게 한다는 주장을 내세워 점점 복지 수당을 줄이고 있는데 고국인 한국에서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복지 정책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일종의 복지와 사보험의 조합된 형태인데 여러가지 기형적인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국민이나 전문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고 그 중에서도 정신보건 특히 아동 청소년 정신보건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제 자신이 한국의 아동 청소년 보건 기관과 자문일을 하면서 참 이해가 안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오늘은 그중에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치료’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은 최근에 학교 폭력에 대한 사회 관심의 증대로 각 학교 마다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거의 의무적으로 체크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치료 센터로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아동의 심리 문제가 가정내 문제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동들이 집에서 엄마나 아빠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방임과 무관심 속에 자라면서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 시각으로 보면야 부모가 실직하고 집이 없으면 무상으로 집(council house)을 제공하거나 육아비를 아동 한 명 당 월 백만 원 이상 지급하면 되겠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정도의 생활비는 제공되지 않고 부모가 돈을 벌어 와야 합니다. 홀 어머니인 경우에는 더 힘들고 특히 일이 늦게 끝나 밤늦게까지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식들이 혼자 집에 있어야 합니다. 어머니가 야간 일을 한다고 9살 짜리 아동이 동생과 같이 집에 남겨져 있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이런 경우에 엄마들의 의식적, 무의식적 죄의식과 생활고에 따른 힘든 가정 형편으로 저녁에 소위 ‘공부방’이라는 곳에 위탁(?)되고 있고 또한 정서적 도움을 준다고 믿는 ‘치료’를 받고 있지요. 대개 이런 치료는 바우처 제도로 운영되며 엄마가 아프거나 바쁜 경우에는 아동들이 혼자서 센터로 와서 ‘놀이 치료(?)’를 받고 그 후에 센터 내에서 다른 방과활동을 한 뒤 밤 8시쯤 귀가하는 것도 드물지 않습니다. 영국에서 아동 청소년 일을 하는 저로서는 이 부분이 너무나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왜 애들에게 엄마를 돌려 주지 않고 치료나 공부를 시키는 걸까? 차라리 치료 바우처로 쓰는 예산을 엄마들에게 주면 집에 일찍 귀가해서 애들과 같이 지내는 것이 아동들의 정신 건강에 훨씬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센터에서 하는 ‘치료’라는 것이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애들을 봐주는 ‘탁아’나 ‘위탁’의 개념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다소 비판적인 생각이었고 ‘한국은 참 갈길이 멀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돈을 버는 것은 아동 센터가 되고 또한 담당 공무원들을 채용해야 하니까 예산은 그 쪽으로 증액되면서 가정에 대한 실질적인 복지는 늘지 않게 되겠지요.

한국의 학교 폭력은 대부분 아동의 심리 문제가
가정내 문제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아동들이 방임과 무관심 속에 자라면서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와중에 요즘 뒤늦게 용재 오닐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제가 외국에 있어서 그런지 재외 한국인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없었는데 지난달에 ‘헬로 오케스트라’라는 영화를 통해서 이 연주자에 대해 알게 된 후 흥미가 생겨서 몇 개 더 영상을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그 사람이 연주하는 ‘섬집 아기’라는 동요가 있는데 그 가사의 내용을 보면 어머니가 굴을 따러 가서 일하는 동안 애기는 파도 소리 들으면서 자고 그 동안에 엄마는 일하다가 애가 걱정이 되어서 빨리 들어 온다는 내용입니다.

영국 기준에서 보면 애기를 놔두고 엄마가 일을 나가면 이것은 아동 방임에 해당되어 카운슬에서 조사가 나올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가사에서 유추해 보면 어쩌면 애기에게 필요한 건 엄마의 육제적인 존재가 아니라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애기를 향하고 있느냐 일 것 같습니다. 애기가 자기를 염려하는 엄마의 마음이 자기에게 닿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면 엄마가 일을 나가서 없다 하더라도 그 영향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애기의 환상 속에서 엄마를 아빠나 나쁜 사람이 데리고 갔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따른 불안을 엄마가 자신의 갈등 때문에 잘 헤아려주고 다독거려 줄 수가 없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겠지요. 혹시나 제가 영국의 제도 아니면 서양의 가치관을 너무 앞선 것으로 내세우지 않았나 하는 염려도 한편 듭니다. 어떤 제도가 앞서있나 어떤 나라가 미개하다(?) 이런 논란은 굉장히 위험한 것인데 종종 사람들은 이러한 함정에 빠져 듭니다. 최근에 미디어에서는 이런 심리상태에 편승해서 이뤄지는 소위 마녀 사냥식 보도를 종종 보게 되는 데 심히 우려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비판은 또 다른 비판을 낳고 현실을 직시해서 제도를 개선하는 ‘생산성’은 없어지게 되니까요. 그렇다고 애를 놔두고 밤에 부모가 늦게 들어오는 것을 사회에서 문화의 한부분으로 계속 놔둬야 할까요? 오랜 토론을 요구하는 부분입니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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