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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68 성장과 퇴행
코리안위클리  2017/01/04, 05:19:13   
▲ 이유 없이 나이가 들어서 신경질이 많아지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게 되는 것도 마음의 성장이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 때 생기는 현상이다. 어쩌면 끊임 없는 마음 수행을 하는 것만이 이러한 퇴행을 조금이라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성장 혹은 발달development’이란 인간이 태어나서 없던 기능을 습득하고 뭔가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는 과정을 일컫는다. 여기서 ‘더 나은’ 상태란 상당히 주관적인 개념일 수도 있지만 여기엔 우리들의 경험 그리고 관념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이고 그런 점에서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발달도 개인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반대인 퇴행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청년이 되면 집을 나가서 독립을 하고 부모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잘 성장했다고 보여질 수 있겠지만 어떤 문화에서는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는 배은 망덕한 아들로 보여 질 수도 있다.
이러한 견해차는 아마도 유아가 태어나서 발달하는 과정에서는 그다지 심하지 않고 일반적인 가치들이 쉽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언어를 습득한다든지, 대소변을 가리게 된다든지, 아니면 기다가 걷게 된다든지 하는 것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달’이라고 별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들이다. 심리적인 관점에서도 엄마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울고 불안해 하는 애기들이 좀 더 자라서는 이젠 제법 엄마 없이 견딜 수 있게 되고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 있게 되는 것들도 ‘발달’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나이가 들고 이젠 사십 오십대 혹은 그 이후의 인생 후반기로 넘어가게 되면 어떤 것이 과연 ‘발달’일지 아니면 어떤 것이 ‘퇴행’을 이야기 하는 것인지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노인이 되면 ‘애기 짓’을 많이 한다는 것이 이런 ‘퇴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치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나이가 들면서는 더 이상 발달을 하지 못하고 퇴행만 기다려야 될 것인지 그리고 점점 뒤로 쳐지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가 궁금하다. 신체적인 면에서 보면 이제는 근력도 떨어지고 체력적으로 많이 약해져서 아동기나 청소년기처럼 기능이 발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어쩌면 이젠 나이가 들었으니까 쇠약해 지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것만이 당연한 것처럼.
문제는 현실적으로 나이가 들면 신체적으로 무거운 것을 적게 든다 든가 격렬한 운동을 자제함으로서 자신의 신체적 퇴화에 따라서 적응할 수는 있는데 정신적으로는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로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좀 더 고난도의 정신력과 감정적 성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으로 기능이 약해지는 것을 어떻게 정신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기능을 현실적으로 적절한 적응 상태를 유지하느냐의 문제도 젊었을 때보다도 훨씬 성숙한 정신 태도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정신적 심리적인 부담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당연히 이런 과제를 잘 소화하고 받아내고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하든지 아니면 잘 이겨내겠지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것이다. 즉 나이 어린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심리적으로 방황을 하고 우울증이 생기고 하는 것들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반해서 어른들에게 비슷한 일이 생기면 아주 잘못되고 비정상적인 것처럼 비판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어른이라는 이유로 도움을 받는 것 조차 수치스럽게 느끼고 때론 그런 문제를 부인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사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어린 시절과는 다르기도 하지만 비슷하거나 아니면 좀 더 어려운 심리적 과제를 많이 가져다 준다. 자신이 죽음과 더 가까워진다는 것과 부모들의 질병이나 죽음 그리고 자식들과의 이별 등등 신체적으로 자신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감당하기 어렵지만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상실loss’들은 심리적평형 상태에 심각한 충격을 준다.
그래서 장년층의 환자가 올수록 어쩌면 더욱 더 심리적인 면담이 중요하게 되는데 사회적으로 ‘성숙’되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 그리고 ‘나이가 들었으니까 당연히 잘 하겠지’라는 등등의 고정 관념이 있어서인지 대개가 심리적인 면에 대해서는 ‘알아서 잘 하겠지’라고 등한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은 더 심해서 ‘이렇구 저렇구 이야기 해서 뭐하겠어. 죽을날도 얼마 안남았는데 ...’라는 식으로 스스로의 심리상태에 대한 중요성을 격하하고 혼자서만 속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분들일수록 이야기가 중요하고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상태를 호전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는 임상가의 마음속에서도 얼마 남지 않는 생을 사시는 분들인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골치아프고 어려운 문제는 ‘그냥 덮어 두시라’고 한다든지 ‘생각을 그만 하시라’라는 이런 심리적 측면의 과제를 무시하는 조언을 많이 하게 된다.
퇴행이란 이런 성숙이 어떤 원인이든지 간에 마비되고 더 이상 진전이 없을 때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심리적 적응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이든지 해야 하는 현실 상황에서 마음이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때는 오래전의 기능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자신의 책임감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 남의 탓을 많이 하게 된다. 이유 없이 나이가 들어서 신경질이 많아지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게 되는 것도 마음의 성장이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 때 생기는 현상이다. 어쩌면 끊임 없는 마음 수행을 하는 것만이 이러한 퇴행을 조금이라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쩌면 늙어서 편안하게만 살아보겠다고 하는 것이 꼭 젊게 사는데 도움을 준다고 볼 수는 없고 이런 면에서는 몸은 퇴화되어 가지만 마음이라도 젊게 산다는 것은 젊은 사람처럼 퇴행하라는 의미가 아니고 마음이 성숙되어야 함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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