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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1 영국적인 것이란?
코리안위클리  2008/10/08, 23:47:48   
지난 10여 년간 영국 지식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된 주제 가운데 하나는 ‘잉글랜드적인 것Englishness’이란 과연 무엇이며 ‘영국적인 것Britishness’이란 과연 과연 무엇인가이다.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세력구도가 변화하고 옛 식민지로부터 유입된 소수집단들이 증가하면서, 그리고 유럽통합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유럽의 각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금 묻게 되었다. 다민족 국가로서 영국의 고민은 더욱 심각했고, 영국성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자문이 쏟아져 나왔다.
한 국민이 자기인식 내지 정체성이 천부의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임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흔히 국민성이라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집단적 정체성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오랜 세월 동일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경험을 함께하면서 형성되는데, 영국인들의 국민 정체성은 19세기 초에 거의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무렵에 이르러 ‘이러이러하게 행동하는 것은 영국인답지 않다’는 말이 통용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영국인이 ‘잉글랜드인’으로 대표된다는 사실이다. 영국Britain이라는 나라는 1707년에 잉글랜드, 웨일스가 스코틀랜드와 병합하여 연합왕국United Kingdom을 이루면서 공식적으로 성립되었지만, 브리튼 섬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직 낯선 개념이었다.
물론 브리튼이라는 이름의 기원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이사르가 이끄는 로마 군대가 기원전 55년에 브리튼 섬을 공략하러 왔을 때,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은 브리튼인이라 불렸고, 로마인들은 그 섬을 브리타니아라고 불렀다. 300여 년 동안 지속된 로마 지배 하에서 브리타니아는 대체로 잉글랜드, 웨일스를 지칭했고, 스코틀랜드 지방은 별도의 이름인 칼레도니아로 불렸다.
‘앵글인들의 땅’이라는 뜻의 잉글랜드라는 이름은 앵글로색슨족이 브리튼 섬을 정복했을 때 붙여졌다. 앵글로색슨족이 섬의 대부분을 점령하면서 본래의 브리튼인들은 지금의 웨일스와 콘월 지방으로 쫓겨났고, 브리튼의 기억은 앵글로색슨족에게 남겨졌다.
그 후 브리튼의 역사는 잉글랜드의 역사에 의해 압도되었다. 그러다가 헨리 튜더라는 웨일스 출신의 왕이 새 왕조를 열면서(1485) 브리튼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났고, 후사를 남기지 않고 사망한 엘리자베스 튜더의 뒤를 이어 1603년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1세가 잉글랜드 왕으로 즉위함에 따라 브리튼의 기억은 더욱 강조되었다. 그리고 1707년에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웨일스가 합병하여 연합왕국을 이루었을 때, 드디어 브리튼 왕국이라는 개념이 공식적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잉글랜드가 브리튼을 대표하는 사정은 20세기 중엽까지도 계속되었다. 흔히 ‘잉글랜드’라고 하면 곧 영국을 뜻하는 것이었다.

영국인들은 흔히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며,
내성적 성향과 겸양의 미덕을 가지고 있고,
말이 없고 조용한 기쁨을 느낀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실용주의와 공리주의가 영국인들의 특성으로 언급된다.


모든 나라의 국민들이 그렇듯이, 영국인들 역시 자신들만의 독특한 국민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인들은 흔히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며, 내성적 성향과 겸양의 미덕을 가지고 있고, 말이 없고 조용한 기쁨을 느낀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실용주의와 공리주의가 영국인들의 특성으로 언급된다.
영국의 경우에는 섬나라 특성상 국민 정체성 형성에 자연환경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국인들이 더욱 중요시하는 요인은 영국의 기후다. 날씨에 대한 영국인들의 집착은 유별나다. 프랑스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미국 사람들이 돈을 벌 때 영국인들은 날씨와 씨름한다는 말도 있다. 무엇보다도 날씨가 영국 국민성을 형성하며, 영국인이라는 것의 핵심 요소인 ‘국민적 금욕주의’가 바로 날씨로부터 기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국인들은 어린아이에게 말을 가르칠 때 “비야, 비야, 가버려라. 다음날 다시 오렴Rain, rain, go away, come again another day”이라는 노래를 가르친다. 그럼으로써 일생 동안 궂은 날씨에 거행되는 운동경기, 공휴일에 비가 와서 야외활동을 못하게 되는 실망감에 대비하도록 한다. 나아가 이는 인생의 불확실성에 관한 가르침이 된다. 영국의 날씨는 또한 영국인들의 가장 중요한 자질인 중용과 ‘폭풍이 몰아치지 않는 온화한 변화’를 가르친다. 차갑지만 아주 춥지는 않은 기후, 따뜻하지만 너무 덥지는 않은 날씨, 비가 자주 오지만 넘쳐흐를 정도는 아닌 강수량 등을 통해 중용을 배우는 것이다. 그 밖에도 영국의 날씨는 금방 실망하지 않는 법,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법’, 언제나 주의 깊게 준비되어 있는 자세 등을 가르친다고 한다. 잉글랜드의 기후는 오늘날까지도 그런 식으로 국민적 심성에 자리 잡고 있다.
영국인들이 스스로를 인식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자질은 경험주의와 실질적 정신이다. 영국인들은 추상적 사고나 원칙보다 구체적 세부 사항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사실이 요구할 때에만 이론을 구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고도의 학식과 지성보다 인격에 가치를 두고, 논리와 철학이 아닌 본능, 상식, 관습을 중히 여긴다. ‘영국의 진정한 속성은 훌륭한 상식’이라는 말도 있다.
영국인은 결코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기 때문에, 말이 별로 없으며 친절하지만 거리를 유지한다는 평을 듣는다. 그들은 지중해 지역 사람들의 가벼운 유머나 아일랜드 사람들의 변덕스런 감상을 비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5년에 영국을 방문한 어느 인도인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영국인들의 ‘정상적 상태는 침묵’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외국인들은 영국 사람들의 친절하면서도 인간관계에 거리를 두는 특징이, 부분적으로 그 나라의 제도나 차갑고 찌푸리고 언제나 똑같은 날씨 탓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 영국인들은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게 되었다. 한마디로 따분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특성의 형성에는 날씨 같은 항시적 요인뿐만 아니라 영국인들이 만든 각종 제도도 크게 작용했다. 영국인들이 자신들의 국민성과 가장 밀착되어 있다고 간주하는 것은 정부 조직과 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다. 이미 근대 초기부터, 예술을 찾으러 이탈리아에 가듯 이상적 정부를 발견하러 잉글랜드에 간다는 말이 있었다. 그 후 정부 형태에 덧붙여 상업의 발달과 제국적 팽창에서 영국의 우월함이 가장 인상적으로 드러났고, 19세기 초에 이르러서는 산업화가 눈길을 끌었다.
이제 자유를 사랑하고 민주적이고 근면하며, 열심히 일한 대가로 자본을 축적한다는 것이 영국성의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정립되었다. 영국성은 혈통이나 민족 같은 개념이 아니라 자유주의 이념에 의해 정의되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특징적이다. 자유로운 신민, 자유로운 사상, 자유로운 종교, 자유계약, 자유로운 기업, 자유시장, 자유무역 등으로 나타나는 여러 종류의 자유가 영국성을 구성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또한 영국의 부와 경제적 번영도 자유와 긴밀히 연관된 것으로 인식되었다. 영국인들의 근면, 자조와 그것이 가져다준 물질적 축적은 복종이나 인내를 종용하는 동양적과 달리 자유로운 개인의 창의력을 촉진함으로써 가능했다는 것이다.
19세기 초에 세상의 꼭대기에 올라 선 영국인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신이 택한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영국에는 다른 유럽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웅장한 궁전이나 기념물들이 별로 없다. 아니, 그런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영국의 자부심이다. 영국적 정체성은 너무나 강해서 어떤 인위적 충동이나 상징물도 필요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어느 영국인 영문학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영국에는 “국민 정체성의 공식 표징이 없고 국민적 복장도 없다. 국기는 있지만 아무도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국가, 국기, 복장, 기원에 대한 신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국민의 성숙함과 내적 자기신뢰의 표식이라는 것이다.


필자 박지향(朴枝香) 교수는
1953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1978),
미국 뉴욕주립대 박사(유럽사학 1985), 영국사학회 연구이사
현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저서: ‘영국사’‘제국주의’‘슬픈 아일랜드’‘일그러진 근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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