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오전 10시.
뉴몰든의 중심지 어느 주차장에는 재영한인 가이드협회에서 주관하는 효도관광을 위해 대형 관광버스가 근 50여명의 노약자 관광객을 태우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큰 관광버스에 비하여 어울리지 않는 작은 체구로 운전석에 앉아있는 한국인 기사, 그는 오늘 이 행사를 주관하는 가이드 협회 간부회원인 동시에 그 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다. 필자는 그가 직접 이날 운전을 담당한다는 말을 듣고부터 재영한인 가이드협회의 인식과 효도관광을 실시하는 취지를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조용히 굴러가는 버스안에서 마이크를 잡고 낭낭한 목소리로 인사를 시작, 최선을 다하여 안내하겠다는 가이드협회의 회장과 겸손한 태도로 인사하는 협회 고문의 침착한 자세는 지난날 좁은 시야로만 보아온 한인사회에 대한 안목을 달라지게 만들었다.
보행 어려운 분 위해 휠체어까지 준비
전에도 수차례 찾아온 관광 요지이나 시작부터 이날 관광이 더 한층 뜻이 있고 흥미로워질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두루 보살펴주는 대 여섯 명의 가이드협회 회원들의 태도와 그들이 성심껏 마련해 베풀어 주는 진심과 풍부한 지식에 감동된 때문인 듯 하다.
관광버스로 런던시내에 도착,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리는 즉시 미리 편성된 A조 B조로 나뉜 가이드협회 회원들은 앞, 뒤, 옆에서 잘 보살피며 사람들이 들끓는 런던중심가의 관광요지를 두루 안내했다. 협회 회장과 고문은 직접 우리들 앞에서 역사적인 고적과 박물관의 유물 등 그 연류사를, 경우에 따라 역사적인 것과 나아가 학술적인 면까지 교대로 풍부한 지식으로 하나씩 자세히 설명해주는 등 가이드협회가 이날의 모든 행사를 얼마나 성의 있게 마련해 베풀고 있는가를 입증해 주었다.
특히 이날 관광객 중에는 80세가 넘는 고령 노인들과 신병으로 보행이 어려운 분들이 동석하였는데 휠체어까지 준비, 그들을 태워 밀고 가면서 미쳐 듣지 못한 부분을 재차 들려주기도 하고 실외에서 찬바람이 불면 재빨리 자신이 입고있던 코트를 벗어 입혀주고는 “감기조심하세요” 라는 염려의 말을 덧붙여 주기도 하였다.
분에 넘칠 정도로 마련한 중국식당에서는 대접을 받는 우리에게 테이블마다 돌아보며 기호에 잘 맞는지 여부를 묻고 어느 식품점에서 기증을 받았다는 김치와 소주를 식당의 눈치를 보아가며 테이블마다 분배해 주고는 더 풍족하게 대접하고 싶어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고 템즈강 유람선을 탈 때는 찬바람에 신경을 쓰고 각자의 의사에 따라 바람이 닿지 않는 아래층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고 안내해 주기도 한 가이드협회 회원들.
만일 이러한 일들이 어느 관광회사의 영업방침이나 의무적으로 지시를 받은 행동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날 그들의 행동은 그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그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 행동이었다. 이 모든 행동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요, 남의 부모를 내 부모와 같이 성심껏 위한 것일 뿐이다. 거기에는 위선도 가식도 찾아볼 수 없었고 또한 이것을 계기로 어느 명예를 얻고자 하는 의도는 더욱 보이질 않았다. 다만 조국에 계신 부모님께 어버이날을 기하여 못다한 아쉬움을 이곳 노약자에게나마 부모와 같이 생각하고 베푸는 진정한 효도 그 자체였다.
부모 같이 생각하고 베푼 효도 그 자체
이것이 비단 필자의 느낌 뿐만 아니었는지 모두가 고마움을 어떻게 사례할까 그날의 대표격인 나에게 아우성이었다. 그러나 눈치 빠른 회장과 고문은 필자보다 먼저 마이크를 쥐고 마음에서 베푸는 성의의 모양새를 그대로 받아달라고 극구 사양, 나의 행동을 막아 버렸다. 고집불통의 할머니들이 성금을 모으겠다는 뜻을 힘겹게 억제하며 이 진실한 마음가짐의 성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마음속으로 깊이 감사하고 그들의 인격에 옥에 티를 묻히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판단해 버리고 말았다.
불과 9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으나 긴 시간의 두터운 정 못지 않게 석별의 정을 나누는데 정말 아쉬웠다. 묵묵히 손수 운전을 담당한 버스회사 사장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차에서 내리는 순간, 미리 내려서 대기하고 있던 여자 안내원(부회장)이 손을 잡아주며 “내년에도 꼭 참석하여 주세요” 라고 일일이 인사를 했다. 그의 인사는 간접적으로 오래 살도록 앞날의 건강을 염려해 준다고 생각되었고 그가 평소에 간직한 경로사상과 그 성심에 고마움이 겹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음날 아침 전화 벨소리에 수화기를 들으니 경로사상과 효에 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학교 주낙군 교장선생이었다. 어디에서 벌써 들었는지 전날의 효도 관광을 칭찬하며 학교 수업관계로 참석치 못한 아쉬움을 되풀이 하고는 즐거웠던 진상을 문의하기에 영국의 한인사회에도 밝은 빛은 더러 있다고 한마디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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