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오버파 공동 96위로 컷 탈락… 홀당 퍼트 꼴찌·샷거리는 100위
아니카 소렌스탐(32·스웨덴)의 남자무대 도전은 결국 여자 골프의 세계 제1인자라 하더라도 그 기량이 남자무대에서까지 통할 정도는 아니라는 냉정한 현실을 확인시키고 막을 내렸다. 소렌스탐이 1, 2라운드를 끝내고 받아 쥔 성적표는 합계 5오버파 1백45타로 전체 출전선수 1백11명 가운데 공동 96위였다.
소렌스탐 스스로도 ‘전력을 다했다’고 말했던 만큼 아무리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1인자라 하더라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무대에 가면 하위권에 불과하다는 통설이 계량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 눈물 흘리는 여제
‘실패한 도전’. 아니카 소렌스탐이 혼신의 노력을 다했던 ‘세기의 성대결’ 콜로니얼에서 예선탈락한 직후 공식 인터뷰 도중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여자 골퍼들의 남자무대 도전은 상당 기간 주춤할 전망이며, 언론의 관심도나 상금액의 책정이라는 측면에서도 LPGA 투어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접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렌스탐의 실패는 예상대로 짧은 샷 거리와 LPGA 투어 대회에 비해 빠르고 단단한 그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렌스탐의 이번 대회 드라이브샷 평균거리는 2백68야드로, 출전 선수 가운데 1백위에 그쳤다. 페어웨이 안착률(85.7%)이 공동3위에 이를 만큼 높았지만 샷거리에서 뒤지다 보니 아무래도 버디 찬스 포착이 그만큼 어려웠다.
LPGA 투어 대회에 비해 훨씬 빠른 그린의 스피드도 소렌스탐의 발목을 잡았다. 3퍼트를 예방하기 위해 소극적인 퍼트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소렌스탐은 이틀 동안 홀당 2.125개의 퍼트를 했다. 1백11명 출전 선수 가운데 꼴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소렌스탐은 2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3백89m)에서 약 3.7m 파퍼트를 성공시킨 뒤 환하게 미소지으며 갤러리의 환호에 답례했다. 갤러리에게 볼을 던져줄 때까지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던 소렌스탐은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하기 위해 대회본부로 향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왜 눈물이 그렇게 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소렌스탐은 경기 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코스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내가 너무 긴장했다”며 아쉬움을 표한 뒤 “거리뿐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힘이 들었다. 나는 지금 정신적으로 탈진 상태”라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재도전할 의사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한 뒤 “나는 내가 어디에서 뛰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렌스탐은 이어 “여기까지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며 “나는 출발부터 마지막 홀에 임할 때까지 나 자신을 시험했다. 그게 내가 여기에 온 이유였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일리노이주 오로라에서 열리는 LPGA 투어 켈로그-키블러 클래식에 출전할 예정인 소렌스탐은 “나는 켈로그-키블러 클래식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이번주의 경험은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