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적극’, 인도 ‘부정적’, 파키스탄 ‘외면 못해’
한국과 함께 미국으로부터 이라크 파병을 요구받은 터키와 파키스탄, 인도 등 군사대국들의 파병 관련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나라의 태도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파병 요청 강도나 수위 등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이 최근 다국적군 파병과 관련해 “이슬람 국가가 파병해 지휘하게 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 점도 주목된다.
■터키
터키는 파병에 적극적이다. 터키 정부는 1만명 가량을 보내려 하며 이달 말 파병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고 <아에프페통신>은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유엔이 주도권을 쥐기를 바라면서도 유엔 결의안을 파병의 전제조건으로 걸지는 않았다. 50만여명의 병력을 보유한 터키의 민·군 최고지도부인 국가안보협의회도 18일 성명을 통해 “이라크 통합과 안정은 터키의 국가이해에 영향을 끼친다”며 파병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라크에 “지원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런 터키의 자세는 특히 남동부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민주당(PKK) 등에 대한 압박에 미국이 지원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경제원조도 기대한다.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군의 영토 통과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틈이 벌어진 뒤, 터키는 미국이 쿠르드족과 접근하는 데 바짝 긴장하며 미국과의 벌어진 틈을 메우려 한다.
문제는 터키 국내는 물론 이라크 쪽의 반대가 거세다는 점이다. 파병에는 의회승인을 얻어야 하고, 여론조사는 파병 반대가 압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이라크에선 목소리가 커진 쿠르드족이 배치지역과 무관하게 터키군의 파병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파키스탄
1만~1만2천명의 파병을 요구받은 파키스탄은 유엔 결의가 통과되면 파병을 결정할 첫 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수니파 이슬람국인 파키스탄의 군대가 모술이나 바스라·바그다드 등에 배치되면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정권 추종세력의 저항을 누그러뜨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 20일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따 전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방미 중 “원칙적으로 파병에 동의하지만 국제적 위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키스탄도 내부반발이 걸림돌이다. 은 이슬람 성직자들이 지난달 “군대를 보내서는 안되며 이라크에서 죽는 이는 순교자로 볼 수 없다”는 포고를 냈다며 국내 반대여론이 문제라고 전했다.
■인도
인도는 터키나 파키스탄보다 유엔 결의 통과를 강하게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18일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회담한 뒤 “안보리가 행동하면 우리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유엔 결의가 통과돼도 인도가 파병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전망이 많다.
인도는 7월14일에도 미국의 파병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