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6곳 문닫아 … 저가 맥주, 경제 위기, 주세 인상 3중고
영국 서민들의 사교의 장으로 사랑받아 온 ‘펍’이 금융위기가 할퀴고 간 후유증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슈퍼마켓과 소매점의 저가 맥주에 밀린데다 경제 위기, 여기다 주세 인상 등 3중고로 하루 평균 6개의 펍이 문을 닫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1980년대 영국 내에 6만9000개에 달했던 펍은 거의 30년 만에 5만4800개로 줄었고, 최근 1년에만 2200개의 펍이 문을 닫으면서 바텐더 등 2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금융가에 있는 한 펍의 주인인 마이크 허드슨은 “예전에는 평일에도 밤만 되면 가게 안이 북적거렸는데 최근에는 늘 텅 비어있다”고 토로했다. 초저녁부터 맥주 잔을 든 샐러리맨들로 인근 거리까지 불야성을 이뤘지만 이제는 그런 광경도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는 것. 이를 입증하듯 거리 곳곳에는 ‘가게 임대’라는 간판을 내건 펍이 이따금씩 눈에 들어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맥주펍협회(BBPA)에 따르면 2008년 펍 등 업소용 맥주 소비량은 전년 대비 9% 감소한 1661만배럴(1배럴=약 160리터)로 이는 한창 때인 1979년의 절반 이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BBPA는 맥주 소비량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 2013년에는 호황기 때의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97년 이후 맥주 양조장은 40곳이나 폐쇄됐다.
설상가상으로 영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세수 확대 차원에서 주세 인상을 선언하면서 펍 업계의 시름은 한층 깊어졌다.
BBPA의 데이비드 롱 회장은 “달링 알리스테어 재무장관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펍에 등을 돌렸다”며 “증세는 펍 수 천 개에 대한 사형 집행”이라고 맹비난했다.
영국 정부는 2008년부터 1년간 주세를 18%나 인상한 데 이어 지난 달 23일에는 2%의 추가 인상을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중세 때부터 지역 사회의 사교장으로 자리매김돼 영국인에겐 단순한 술집 이상의 의미를 지닌 펍이 줄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 공공정책연구기구의 릭 뮤어 수석 연구원은 “고용효과까지 감안하면 펍 1개당 현지 사회에 대한 기여도는 연간 8만파운드(약 1억4990만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펍 운영주들은 맥주 값 인하나 이벤트 개최 등 생존을 위한 묘안을 짜내는 한편 영국 야당인 보수당은 “펍을 지키자”는 캠페인을 시작해 인터넷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영국 국회에선 펍의 생존권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전개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