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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스터시 참전용사 기념행사 참관기
코리안위클리  2022/09/09, 21:43:47   
참혹했던 설마리 전투! 그리고 Gloucester 대대의 Tommy Clough 옹 이야기

2022년 8월27일 !
이날이 저의 영국생활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한번은 꼭 와봐야겠다고 생각한 글로스터Gloucester지역의 땅에 드디어 발을 디딘 날입니다. 날씨는 화창 하다못해 찬란하였으며 섭씨 25도, 코발트빛 파란하늘에 조금씩 보이는 먼하늘의 뭉게구름 몇 점, 쾌청한 바람.
오늘 킹스톤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재영한인 약 50여 명이 재향군인회 영국지회(장희관 회장)의 주최로 글로스터시를 찾은 것은 글로스터 군인 박물관 돕기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한국전쟁 참전에 감사하고 이 지역에 살았던 장병들의 희생과 피땀에 조그마한 감사를 표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국전에 참전하여 그 악명높은 설마리 전투에서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빛나는 전공을 세웠던 부대는 바로 Gloucester 연대랍니다. Gloucester 연대가 위치한 Gloucester시는, 바로 영국 잉글랜드 서북부지역, 관광지로 유명한 코츠월드 지역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인구 13만 명의 조그만 도시입니다. 런던에서는 차로 한 2시간여 정도 걸리는 곳이지요.

설마리 전투 이야기

당시 파병된 영국 군인들이 같은 동네 출신들을 한부대로 모아서 부대를 만들었다 하는데, Gloucester 연대의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입니다.
당시 수도방위 전선에서 중공군 30,000명을 맞아 절대열세였던 유엔군은 대부분 다 후퇴했지만,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란 곳에서 바로 영국 Gloucester연대가 마지막 서울 방어진으로 남게되어 최후까지 결사항전 함으로써, 동두천으로 통해서 서울에 입성하려는 중공군을 3일이나 저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서울 방비 시간을 벌게되어 결국 서울을 지켰다는 이야기는 6.25전쟁사에 널리 알려져있는 이야기입니다. 상상해보세요, 만약 이 전투에서 3일간의 시간을 벌지못하여 중공군이 서울을 다시 점령했었다면, 당시 매우 포악하다는 중공군들이 미처 철수하지 못한 서울시민들을 얼마나 약탈하고 겁탈하고 파괴하였겠는가. 또 서울이 또 다시 점령당한 상황에서 국민들과 연합군의 사기저하로 한국전쟁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 되었을지는 누구도 모를 것입니다.
황금의 72시간을 버텨낸 영국 제29연대는 1951년 4월22일부터 4월25일까지 버티다가 결국 퇴각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연대본부는 Gloucester 대대 당시 인원 600여명를 중공군의 손아귀에 떨쳐놓고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며, 동 대대를 구출하기 위해 벨기에군, 필리핀군의 구출작전도 허사로 돌아가고, 고립무원에 있는 Gloucester대대원들은 결국 뿔뿔이 흩어져 탈출 아니면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합니다.
당시 보급품도 바닥나고 통신 밧테리까지 다닳아 연결두절되곤 했다고 하는데, 당시 여단과의 의논도 없이 하달된 마지막 연대장의 명령 지시가 섬뜩합니다.
“최대한의 노력으로 적의 포위망을 돌파하여 연단에 합류하라.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여 저항을 계속하여도 소용이 없다면 투항하라. 이 양자선택의 결정권은 귀관에게 위임한다. 글로스트 장병들의 행운과 성공을 빈다”
이 전투로 인하여, 대대원 652명중 대부분 전사 및 포로로 잡히게 되고 생존자는 단 67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때 Gloucester지방의 처녀들이 자기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총각들이 너무 많이 전사함해서 시집 갈 상대를 못 찾아 곤란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었습니다.
지금 경기도 설마리 지역에 가면 영국군에게 감사하기 위한 전적비도 세워져 있고, 과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추모하였던 곳이며 영국인들도 관광으로 왔다가도 한 번씩 참배하는 곳이랍니다. 얼마전에 개장한 감악산(紺岳山) 출렁다리를 파주시는 “글로스터 영웅의 다리”라는 별칭을 불여주었다고 합니다.

Gloucester 부대원 Tommy Clough 옹(翁)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한 장병들은 20세 이하의 어린 소년병도 많았다고 합니다.
어느 책에 보니, 당사 파견되었던 한 참전 소년병 용사의 회고담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당시 배를 탄 우리 800명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배를 탔다, 한국이라고 목적지는 들었으나, 한국을 아는 동료는 아무도 없었다, 중국과 일본이란 나라의 중간지역에 웬 전쟁이 나서, 미국을 도우러 간다고 들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군인으로서 처음 전투를 하러간다는 흥분으로 오히려 좀 들떠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번 Gloucester 방문에서 만나 본 사람 중 한 분이, 바로 소년병으로 참전했던 Tommy Clough 옹입니다, 금년 92세라고 하는데 아직 우리하고 이야기를 하며 농담을 나눌 정도로 기력도 좋으십니다. 19세에 입대하여 한국전에 참전해서 설마리 전투를 몸으로 겪으시고, 결국 중공군 포로로 잡혀서 21살 생일을 포로생활에서 맞았다고 합니다. 현재 Gloucester 대대원으로 유일하게 아직 살아계신 분이시며 한국정부에서도 영웅으로 우대하며 본인도 한국국민들의 우대에 감사를 되뇌시는 분이랍니다. 저로써는 이 분이 돌아가시기전에 오늘 행사에서 만나뵙고 사진 한장 찍은 것도 큰 선물인 셈입니다.

Gloucester 기념 행사

오늘 행사는 Gloucester 시에 있는 군인박물관 앞 광장에서 진행되었으며, 조그마한 무대에서 재영한인 노인회와 문예원 등 단체들의 주선으로 우리나라 전통 무용과 합창단의 공연이 약 1시간 정도 있었습니다. 색동저고리를 입고 춤추고 노래부르는 공연단의 모습에 Gloucester시 시민들과 행사 참여하신 영국분들의 많은 환호와 박수가 있었습니다. 아마 그분들 머리속에는 “고마움을 잊지않는 한국 국민”이라고 새길 듯합니다.
합창단이 “아리랑~”을 부를 때는 이역땅 영국에서 지방주민들을 모아놓고 아리랑을 부르고 듣고 하는 것이 운명적인 듯하여,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광장 여기저기 놓여있는 나무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는 영국시민들이 우리나라 민요와 동요음악을 신기한 듯 열심히 감상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는 “뽕짝~뽕짝”하는 우리나라 대중가요와 요즘 뜨고 있는 BTS노래도 좀 넣으면 더 좋을 듯한데, 합창단에 속해 있는 나이드신 할머니들이 감당하실지는 좀 걱정입니다.
금년 글로스터 시 방문행사는 재영재향군인회 측에서 주선하여 리무진 버스도 동원해 주고 맛있는 점심 도시락까지 준비해 주었습니다. 행사 주관하신 재향군인회 장희관 회장님, 행사공연에 수고하신 문예원 임선화 회장님 그리고 재영 노인회 권오덕 회장님, 합창단 지휘해주신 분, 무용 및 합창공연에 직접 참여하신 분들, 특히나 왕복 4시간 동안 버스안에서 참석자 모두 배꼽이 빠질 정도의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어주신 사회자 염태호님에게 특히 감사드립니다.
설마리 전투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참전해주신 글로스터 장병들, 대한민국을 지켜주어서 감사합니다!
영국, 당신들은 우리 대한민국을 수호해주신 은인나라 입니다!
70여 년 전 이러한 상처를 딛고 다시 우뚝 일어서는 우리 대한민국, 참 자랑스럽습니다!


글쓴이 : 조동식
옥타런던지회 이사장
dscho2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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