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삼성 수뇌부는 한 장의 결재서류를 받고 고민했다. ‘영국 중부 티사이드에 있는 일명 윈야드공장의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95년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초청해 대대적으로 준공식을 치렀고, 영국 정부가 ‘삼성로’란 진입도로까지 지어주는 등 환대가 극진했던 공장이 아닌가. 공장입구에도 여왕과 이건희 회장이 함께 찍은 사진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하지만 ‘제품당 1달러의 수익을 바라보고’ 공장을 돌렸는데, 작년에만 500만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한 공장을 그냥 둘 순 없었다. 문제는 고임금이었다. 입사 1년차 생산직의 시간당 임금에서 영국(9.8달러)은 슬로바키아(2.0달러)와 헝가리(2.6달러)보다 너무 높았다. 그동안 임금이 크게 오른 것이다. 만약 동구에서 만들었다면 짭짤한 수익보장이 가능했다. 삼성 수뇌부는 고심 끝에 사인을 했고, 지난 15일 공식발표를 했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도 영국 웨일스 뉴포트에 있는 3개 라인을 작년 8월 철거했다. 이전에도 산요 등 외국기업들이 고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빠져나갔다. 실제 지난해 영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39억달러로 2001년(62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외자유치로 인한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아졌다.
원래 영국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 등 지방정부별로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온갖 보조금에다 감동적인 공무원 서비스를 제공해온 ‘외자유치의 교과서’였다. 하지만 관건은 고임금이었다. 일자리 창출을 외치는 우리 정부가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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