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시내에서 볼일을 마치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쉼을 갖고 있을 때 카페 안으로 중년쯤 되어 보이는 여성 한 분이 반려견과 함께 들어왔다.
그녀는 음료를 주문하고 핸드폰을 보면서 음료가 나올 때를 기다렸다. 그때 내 눈에 들어 온 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반려견이었다.
그 강아지는 잔뜩 겁을 먹고 떨고 있었다. 다리는 흔들리고 있었고, 강아지의 꼬리는 다리 사이로 감겨 있었다. 이 정도면 개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겁을 먹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는 신호였다.
‘카밍 시그널’(calming signal)이라고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개들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녀의 반려견이 카밍 시그널로 나타낸 것은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나는 너무 불안하다’였다. 겁에 질린 강아지를 나는 약간은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 주를 지나고 또다시 그 카페를 방문했다. 역시 커피를 마시며 다음 일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엔 어떤 남자가 반려견과 함께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남자와 함께 온 반려견은 전혀 불안해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누가 봐도 편안한 얼굴이었고 꼬리는 즐겁게 살짝 살짝 흔들기까지 했다. 반려견의 카밍 시그널은 너무 안정돼 보였다.
‘무엇이 이 개로 하여금 지난 주에 봤던 개와 이렇게 상반된 반응을 갖게 한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금 더 유심히 관찰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전의 개에게서는 볼 수 없던 차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반려견은 오직 주인의 얼굴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사람들이 있건 말건, 전혀 개의치 않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카페 안에서 오직 주인의 얼굴 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개의 안정감은 바로 자신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안정감이란? 사전적으로는 몸이나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지금 이 시대는 변화가 빠르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 왕래도 빠르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너무도 편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구 반대편의 일들 때문에 걱정이 밀려온다. 들려오는 정보들로 인해 불안하고 염려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이런 시대에 안정감을 어떻게 누릴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정말로 우리의 안정감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이 안정감은 우리의 필요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구나 안정감을 갖고 살기 원한다. 그 안정감을 위해 넓은 집, 편안한 자동차를 추구하기도 하고, 나를 편하게 해 주는 사람들을 갈구하기도 한다. 돈이나 성공, 또는 사람을 통해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돈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줄 수는 있지만 평안을 줄 수는 없다. 성공과 친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변적이다. 이것을 성경은 수많은 예로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우리의 안정감은 하나님 아버지 안에 있다고 말한다.
구약 성경 사사기에 보면 ‘기드온’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추수 때마다 미디안 족속이 군대를 이끌고 와서 곡식을 약탈해 가기 때문에, 기드온은 숨어서 밀을 타작하고 있었다.
그때 천사가 와서 말한다. ‘큰 용사여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 누가 봐도 기드온의 모습은 큰 용사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겁쟁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는 큰 용사이다. 그가 큰 용사인 이유는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셨고 하나님이 그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사람들을 대할 때 이 같은 맥락으로 대하신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희와 함께 한다’라고 자주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말씀하신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안정감이 환경이나 상황이 아닌 바로 하나님 안에 있다는 걸 깨닫길 원하시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하나님이 없이는 결코 안정감을 누릴 수 없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해, 우리를 향한 그분 자신의 사랑을 보이셨고 그 사랑이 바로 우리의 안정감의 근원이 된다. 그 사랑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로, 변하지 않는 진리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예수님 안에서 당신은 안전하며, 그분이 당신의 안정감이다.
이승복 목사
런던 벧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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