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 ‘세대교체’ 폭풍 [영국대표 한인신문]

39세 캐머런 당수 2차경선서 1위

영국 제1야당인 보수당의 당수경선 2차 투표에서 올해 39세의 데이비드 캐머런 의원(사진)이 당내 거물급 인사들을 현격한 표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오르는 이변이 일어나 ‘보수당 최초의 30대 당수 ’ 탄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20일 198명의 보수당 의원들이 참가한 당수선출 2차 경선에서 캐머런 의원은 90표를 얻어 57표를 얻은 데이비드 데이비스(56) 예비내각 내무장관과 51표를 확보한 리엄 폭스(44) 예비내각 외무장관을 상당한 차이로 따돌리고 선두에 올랐다. 지난 18일 열렸던 1차 투표에서 캐머런 의원은 56표를 얻어 62표를 얻은 데이비스 후보에 밀렸었다.
보수당은 2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한 캐머런 후보와 데이비스 후보를 놓고 다음달 4일 전국 30만 당원들이 참가하는 결선투표를 실시하며, 최종 승자가 당권을 잡게 된다.
경선 초기만 해도 선출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됐던 캐머런 의원이 돌풍을 일으키며 선두로 나선 것은 보수당 내에서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그만큼 절박하게 대두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처 총리 시절 11년간 집권하며 전성기를 누렸던 보수당은 1997년 혜성처럼 나타난 정치신인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에 정권을 내준 이래 총선에서 3번 연속 패배했으며, 내분까지 일어나 지난 8년간 당수가 5번이나 교체되는 등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왔다.
캐머런 후보가 결선투표에서도 승리하면 윈스턴 처칠, 마거릿 대처 등 유명 정치인들을 배출하며 20세기 영국 역사를 주도해온 보수당에 사상 최초로 30대 당수가 탄생하게 된다. 그는 블레어 총리가 처음 노동당 당수에 취임했던 나이(41세)보다 두 살이나 적다. 다음 총선에서 현재 노동당의 유력한 총리후보로 거론되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 맞서 승리할 경우 영국 최연소 총리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캐머런 후보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정당’이란 보수당이 이미지를 뒤집기 위해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분배강화 등 좌파의 철학을 흡수한 ‘온정적 보수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당이 이처럼 중도화할 경우 이미 중도화한 블레어의 노동당과 정책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오히려 지지자들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영국 언론들은 “‘보수당의 정체성 강화’를 주장하는 데이비스 의원과 ‘대처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리엄 폭스 의원의 지지자들이 단합할 경우, 캐머런 후보의 당선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