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환상에서 이젠 깨어나야 [영국대표 한인신문]

올인했던 사회 분위기 끝내고 장마피해부터 살피자

2006년 독일 월드컵 G조의 한국은 23일 스위스에 0:2로 패해 본선 16강 진출의 좌절이 현실화 되고 말았다.
한국이 스위스로부터 당한 마지막 골의 ‘오프사이드’ 여부의 정당성을 애써 우리쪽으로 생각한다 해도 스위스, 프랑스, 한국, 토고간의 승패와 무승부 그리고 골득실을 들여다 보면 한국은 조3위가 분명하고 안타깝지만 탈락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는 객관적 수치의 전적이라 할 수 있다.

회고해 보면 한국 대표팀의 2002년 4강진입의 위대한 역사는 당시로서는 당장 병역면제와 돈방석의 불순(?)한 사심의 당근 없는 선수들의 노력과 전국민의 한마음 응원이 한덩어리가 되어 이룩된 행운(?)의 결과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2006년은 16강에 들면 병역면제도 바로 코앞에 걸어놓았고 그동안의 승리의 달콤한 돈 맛도 그리고 응원의 순수성도 극히 일부에서는 당시에 비해 떨어지는 현실도 부인 할 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에 달콤한 꿈부터 앞서서는
좋은 결과가 힘든 법이 아니겠는가.

또 월드컵에 중복 중계 방송을 필두로 너무 올인한 사회분위기, 시차로 인한 야간 경기에 따른 콘돔과 초미니 스커트의 괄목할만한 단기간 매상증가, 그리고 사회의 경제적 생산성 추락에 대한 비판을 언급한 언론은 없지 않았는가.
평소 방송의 일일드라마 감상을 고단한 일생의 하루낙으로 삼아 시간맞춰 TV에 모여앉는 아줌마들에 대한 배려없는 월드컵 일변도 편성으로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아줌마들의 불평을 공영 방송국들은 고려해 보았는가.
어느나라에서 모든 지상파방송이 일제히 한가지만 방송하는 횡포를 볼 수 있는 것일까. 영국도 독일도 프랑스도 호주도 16강에 진입한 축구대국들을 포함한 어디에도 한국같이 때로는 모든 지상파 채널이 동시에 한가지를 방송하는 횡포와 무지는 없다.

전주에서의 보도를 보면 대리기사, 노래방, 소형 유흥업소 등 영세 자영업자들은 월드컵으로 인한 매상공동 현상으로 영업의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의 16강 여부에 관계없이 하루속히 월드컵이 끝나기를 바랐다고도 한다. 이런 일부 우리 형제자매의 ‘저주’속에서 골인들 잘 터지겠는가.
그리고 벌써 상당히 돈도 벌고 있는 어느 선수는 16강에 들어 청혼도 하게 되기를 바랐다는 우스개 보도도 있었다. 사실이라면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고 보상을 바라서 그 결과로 결혼하는 돈놓고 돈먹기의 로또식 결혼 풍자가 과연 사실이었단 말인가.

또 국민의 신성한 병역의무를 포로로 삼아 골 한방, 홈런 하나에 ‘면제’라는 식으로 운영해서 되겠는가.
이제 2006년 월드컵 16강의 꿈은 깨어졌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와 우선 주위의 장마피해 부터 살펴야 할때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nkym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