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소위 이라크 배치 안한다’ 시비는 배부른 투정
한국 - 일부 지도층 인사는 ‘폐병’등 내과적 희귀병, 연예인은 병역특례 악용에 요즘도 말썽
최근 영국군 당국은 영국의 왕손으로 왕위 계승 서열 제 3위인 해리 육군소위의 소속부대와 함께 파병이 예정됐던 이라크 현지 근무를 일단 중지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정식 공표했다. 소속 부대는 현지에 파병돼 전투에 참가하고 해리 수색첨병소대장만 빠져 평화스러운 영국에 홀로 남기로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여론은 두 가지로 갈라지고 있다
첫째는 영국군인 임무부여에 신분에 따른 예외가 인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평민 영국군 장병이 이라크에서 조국의 명을 받아 하나 밖에 없는 생명을 바쳐 ‘스러져 가는’ 조국애의 현실과 왕자님의 그것을 국가가 다른 기준에 의해 적용한다면 이것은 영국민의 콧대인 ‘크리켓이 아니다’(not cricket) 즉 ‘공정을 깨뜨린’ 전형적인 행위로 풀이한다.
둘째로 해리왕자의 이라크 근무 중지를 옹호하는 여론은 영국군인 일반에 비해 왕자라는 신분에 의해 적에게 현저하게 집중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프로파간다적인 피격 위험성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오히려 공평(fair)하다는 것이다. 즉 왕자라는 신분의 특혜가 이유가 아니고 영국군인중 어느 누구일지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수신분에 의한 노출로인해 특별한 위험부담의 생기는 경우에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당연한 조치라는 것이다. 즉 오히려 이것이 공정한 ‘크리켓’이라는 것이다. 또 더 나아가서 영국이 군왕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왕위 계승 서열 제 3위의 해리 왕자의 군복무에 특별한 배려는 헌법상 당연한 보호라는 주장도 가세하고 있다.
사전에서 영국의 국기의 하나라고도 볼 수 있는 ‘play cricket’(크리켓 경기를 하다)의 의미를 보면 ‘공명 정대하게 하다’의 해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크리켓’은 명사로는 ‘정정당당한 태도’를 그리고 ‘not cricket’는 ‘공정을 결한’으로 풀이된다.
영국이 국민 개병의 병역의무가 아닌 지원제의 나라라고 해서 군복무를 지원한 일반군인이나 역시 자진해서 군복무를 지원해 입대하고 첨병 지휘관의 훈련을 수료한 해리 왕자의 입장에서 영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기로 맹세한 두 군인의 입장이 조금도 다를 바는 없다.
한국의 대부분 남성들은 군복무시절 배운 작전명령의 필수 구성요건인 상황·임무·실시·행정 및 군수·지휘 및 통신의 5대 기본요소를 민간생활에서도 응용하려 노력하면서 평생 잊지 못하고 살고 있다.
이렇게 군 최대의 목표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상황이 이러하고 임무가 저러한데 파견되는 군인 하나하나에 대한 정부의 맞춤식 고려와 결정은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으로 오히려 바람직 한 것이 아닐까.
그야말로 가장 유력하다는 대통령 예비후보도 적령기에 ‘폐병’을 이유로 군 복무를 못했고 또 지도층 인사라면 거의 내과적인 ‘희귀병’으로 병역을 요리조리 빠진 경우도 많은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게다가 최근엔 병역특례업체에서 부실 근무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현역으로 입영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지원복무로 최첨단 첨병소대장의 가혹한 훈련을 이겨낸 해리 왕자의 경우, 우리 눈에는 영국의 기특한 지원군인 해리 소대장의 전쟁터 불파견의 ‘배부른’ 공명정대 논의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신선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할 수 있겠다.
해리 왕자를 전쟁터에 못보내는 군수뇌의 기자회견을 통한 결정발표는 전략은 물론 작전명령의 요소에도 적합한 ‘이건 크리켓이야’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병역뿐만 아니다. 모든 것 특히 한국 지도층의 공정한 ‘크리켓 플레이’를 우리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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