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한국 경제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하면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면서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복지 확대 경쟁을 벌이는 여야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할 값진 충고가 많다.
OECD는 먼저 한국이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에 대응해 여성과 청년,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적극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년을 단계적으로 높여 가다 궁극적으로 폐지하고, 근로소득 세율은 낮게 유지하되 현재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과세소득 비중을 OECD 평균(80% 이상) 수준으로 늘리라고 조언했다.
또한 급속히 확대된 소득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려면 OECD 평균(1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GDP 대비 공공사회지출(2007년 7.6%)를 늘려야 하지만 신규 복지를 도입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 공공사회지출은 1990년 이후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연평균 11%씩 늘었기 때문에 지출이 성장 활력을 떨어트릴 정도로 지나치게 빠르게 늘지 않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조세ㆍ복지 체계 실효성 면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은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꼭 필요한 이들에게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지 못해 상대적 빈곤율을 크게 떨어트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전체 노인 중 70%가 받는 기초노령연금은 수령 대상을 저소득층으로 한정하면서 평균 임금 대비 5%에 불과한 지원 수준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결국 OECD는 보편적 복지를 제공하기보다는 가장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초점을 맞추는 맞춤식(well-targeted) 복지로 낭비를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재원 마련도 고용과 성장에 대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환경세, 자산 보유세를 비롯한 간접세를 활용하도록 권고한 대목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성장 잠재력을 떨어트리고 미래 세대 부담만 키우면서 불평등과 빈곤 해소에는 큰 도움이 안되는 복지 지출은 최악의 선택이다. 정책 목표와 실효성,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도 없이 복지 공약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은 우리보다 앞서 같은 문제를 고민했던 선진국 클럽의 충고를 흘려듣지 말기 바란다.